졸업한지 1년이 다 되가는, 게임 개발쪽으로 취직하고 싶은 사람입니다. 하지만 취업이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입니다. 게임 업계 자체가 매우 좁은 문이기도 하고, 서류 내는 곳들은 대부분 탈락했습니다. 내년 여름까지는 응원한다는 부모님도 지금은 왜 취업 못하냐고 구박하면서 다른 직무로 옮길 생각을 미리 하라고 하십니다. 현재 직무에 전혀 맞지 않는 대도 게속 토익이나 따라고 하면서 말을 안듣는다 싶으면 내가 무엇을 현재 공부하고 있는지를 보여주어도 공부를 안한다고 취급해 버립니다. 이런말을 들을때마다 내가 이때까지 한 게임에 대한 공부는 뭘까라는 회의감이 매일매일 듭니다. 서류도 내 자격조건이 맞는곳에 내지만, 부모님은 다른사람들은 자격요건에 맞지 않아도 내는데 왜 너는 그러지 않느냐는 이유로 회사지원을 적극적으로 안한다고 말합니다. 당연히 자격요건에 맞게 내는게 상식적이고 정상적임에도 불구하고 신입이 경력직에 내서 성공했다는 극적인 사례 하나만 보고 저를 판단합니다. 차라리 시간을 조금 더 잡아서 포트폴리오에 쌓을만한 프로젝트를 하나 만들어볼까 생각도 했었지만, 이때까지의 경험으로 미루어 보았을 때 그 시간동안 부모님이 저에게 퍼부을 말들로 인해 버티지 못할까봐 너무 두려운 상태입니다. 지금도 제 방 너머로 들리는 제 이야기를 듣자니 멘탈이 무너질 것 같습니다. 부모님께서 지원을 안해주시는건 아니지만, 계속 취업에 실패하게 된다면 앞으로의 일들을 어떻게 해쳐나갈지 가슴이 답답했습니다.
이런 말들을 누군가에게는 상담받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어서 찾아봤더니 해당 사이트가 있길래 글을 끄적여 봅니다.
긴 글일수도 있겠고, 누가 읽을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감사합니다.
상담사 답변
* 마음하나의 전문 상담사가 답변하고 있어요.
어서오세요, KJH님.
지금 상황이 얼마나 버겁고 답답할지 글만 읽어도 느껴져요. 원하는 직무는 경쟁이 치열하고, 준비 과정도 길고 외로운데, 집에서는 이해와 지지보다 압박이 더 크니 마음이 무너지는 게 너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내가 한 공부가 다 의미 없나?”라는 회의감이 드는 것도 당신이 게으르거나 부족해서가 아니라, 지속적인 스트레스와 압박에 지쳐 있다는 신호에 가깝습니다.
게임 개발 취업은 누구나 오래 걸릴 수 있고, 포트폴리오 한두 개 제대로 만드는 데 만도 시간이 필요해요. 지금까지 버티며 준비해온 것 자체가 이미 노력의 증거예요. 부모님은 불안해서 더 독촉하는 방식으로 표현하지만, 그 방식이 KJH님에게 자극이 되기는 커녕 상처가 되고 있다는 점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부모님 말씀과 현실 사이에서 흔들릴 때, 몇 가지를 제안드리고 싶어요.
1. 당장 모든 방향을 결정하지 않아도 돼요.
게임 개발 준비를 완전히 접을지, 시간을 더 줄지는 지금 확정할 필요 없습니다. 포트폴리오를 위한 작은 단위 목표부터 다시 잡아도 충분해요.
2. 부모님을 납득시키기 어렵다면, 최소한 “내가 어떤 일정으로 준비 중인지”를 간단하게만 공유하고, 매일 들려오는 비난을 조금이라도 줄일 안전지대를 만드는 것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이번에 선배한테 포트폴리오 조언 받아서, 다음에 지원할 때 보완할 예정이야.”같은 말로 대응해보면 어떨까요?
3. 자격요건 무시하고 넣으라는 말은 현실적인 조언이 아닙니다.
신입이 경력직 공고에 붙는 건 극히 예외적인 사례고, 그 한 케이스로 당신을 비교하는 건 부당해요. KJH님은 안전한 방법으로 하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회사에서 요구하는 '경력'은 '어느 정도의 실력' 또는 '업무 센스'를 의미하는 경우도 간혹 있습니다. 신입이더라도 포트폴리오에 따라 궁금해서 면접에 부르는 경우가 있는 건 회사 내부 사정에 달려있기도 하거든요.
4. 지금 느끼는 두려움은 ‘실패해서’가 아니라 ‘혼자 견디고 있어서’ 생기는 감정입니다.
누가 봐도 지칠 상황이에요. 취업 준비라는 건 불확실한 상황과 숱한 거절 속에서도 계속해서 시도해야 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불안하고 지치는 것이 당연합니다. 부모님으로부터 받는 압박을 점점 더 버티기 어려울 것 같다는 말도 이해됩니다. 지금 KJH님에게 필요한 건 끝없는 지지와 격려, 그리고 응원이니까요.
KJH님이 꿈을 포기해야 할 이유는 지금 하나도 없어요.
다만, 원하는 꿈을 이어가기 위해 스스로의 멘탈을 지키는 방식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부모님의 압박 속에서도 여기까지 버틴 것만으로도 이미 강한 사람이라는 걸 잊지 마세요.
그리고 취업 준비 중 불안으로 인해 마음이 답답해진다면, 터놓고 이야기할 관계가 필요합니다. 함께 취업을 준비하는 친구들이나 믿을만한 선배도 좋아요.
또는 가까운 상담센터를 찾아보세요. 만 24세까지는 청소년상담센터를 이용할 수 있고,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청년지원서비스도 알아보고 도움을 구할 수 있습니다.
지금의 불안한 시기가 끝없이 이어지는 캄캄한 동굴처럼 느껴지겠지만 사실은 긴 터널이라서, 한걸음 한걸음 계속 내딛다 보면 빛이 보이는 곳에 다다를 수 있습니다. 응원하고 있을게요. 필요하면 또 찾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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