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

훈련이 힘들어요.

설레임

2025.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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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20대 대학생이자 스키 선수입니다. 요즘 해외에서 스키 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한 달 정도 됬고 이제 한 달이 남았는데 지치고 피곤하네요.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둘 다요.
먼저, 이번에 제가 싫어하는 여자 코치가 들어와서 너무 스트레스 받아요. 왜냐면 잘 못타면 그 따고로 타냐는 등 막말을 해요. 솔직히 코치 라면 코치다운 행동을 해야하는데 말이죠. 차라리 아무말도 안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같은 동성이어도 신체접촉은 허락을 맡고 해야하는데 자꾸 엉덩이나 신체를 만져서 기분이 나빠요.
두번째는, 스키 특성상 기술이 어렵기도 하고 환경에 따라 느낌이 많이 달라지는데 요즘 스키가 많이 어렵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운동은 열심히 하는데 스키 실력은 잘 안 느는 것 같아요 ㅠ
세번째는, 해외 훈련이 길어서 힘든 것 같아요. 집에 가서 좀 쉬고 싶고 맛있는 한식도 먹고 싶어요. 이제 올림픽이 별로 안남아서 한국에 가도 별로 쉴 기간이 없어요.
네번째는, 앞으로 다가오는 대회에 대한 걱정과 실력이 안 늘어서 스트레스 받는 것 같아요. 진짜 성실하게 매일 운동하고 남들이 쉴때 운동하러 가요. 노력은 왜 배신하지 않는다 하는데 배신하기도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요즘 너무 힘들고 내가 왜 스키 선수를 하고 있나 생각하고 빨리 올림픽이 다가와서 그만두고 싶어요. 힘든 마음을 말 할 사람이 없어서 이렇게 나마 누군가가 제 마음을 들어주는 것 자체가 감사한 것 같아요. 이번에도 좋은 상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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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 답변

* 마음하나의 전문 상담사가 답변하고 있어요.

안녕하세요 설레임 님, 어서오세요.

해외 훈련으로 정말 정말 고생이 많습니다. 훈련 때문에 몸도 마음도 한계까지 오는 느낌이시죠.
지금 한 달 동안 겪고 있는 어려움들은 누구라도 힘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에요. 모욕적인 말, 원치 않는 신체접촉, 실력에 대한 압박, 해외 체류의 피로감, 이 네 가지가 동시에 오고 있는데도 한 달을 버텨낸 것은 정말 대단한 힘이에요. 이건 절대 정신적으로 약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지금까지 너무 강하게 버텨왔기 때문에 더 지치는 순간이 온 건 아닐까 싶습니다.

먼저 코치 문제는 명확하게 문제 있는 행동이에요. 막말을 하지 않고도 퍼포먼스에 대해 충분히 피드백을 할 수 있을텐데, 거칠고 세게 표현하는 것은 지나치고 과하게 보여요.
그리고 제가 프로 선수의 세계에 대해 모르는 게 많아서, 이전에는 설레임 님이 지도받을 때 신체접촉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어떻게 해 오셨는지 궁금하네요. 만약 신체 접촉 이전에 코치가 선수에게 동의를 구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어왔다면, 지금의 원치 않는 신체 접촉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어요. 믿을 수 있는 상위 코치나 팀 매니저에게 “신체접촉이 불편하다, 지도 방식이 정신적으로 큰 스트레스가 된다”고 전달해보는 것이 필요할 것 같아요. 직접 말하기 어렵다면 메시지나 제3자를 통해서라도 공식적으로 남겨 잠깐이라도 조정이 되도록 하는 게 좋아요. 대회 준비로 가장 예민해지는 시기인데, 이런 부차적인 스트레스 때문에 훈련에 영향을 받는 것은 선수 개인에게도, 선수 컨디션을 관리해야 하는 운영진 입장에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아요. 이는 분명히 조정이 필요한 문제예요.

스키 기술이 요즘 어렵게 느껴지는 것도 지쳐 있다는 신호로 보여요. 피로가 누적되면 감각이 둔해지고, 실력도 제자리처럼 느껴지는 건 아주 자연스러운 과정이에요. 오히려 그 와중에도 매일 운동을 이어가고 남들 쉴 때 더 연습하는 설레임 님의 성실함은 정말 큰 자산이에요.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힘든데도 계속 버티고 있다는 건 이미 올림픽을 향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요?

대회에 대한 걱정과 실력이 늘지 않는 것 같은 답답함 때문에 운동에 더욱 매진하게 되는 마음도 이해되지만, 운동만큼이나 충분한 휴식과 회복도 중요하다는 걸 꼭 기억해주세요. 동료들과 넋두리도 나누고, 운동 고민에서 잠깐이라도 벗어나 스트레스를 환기시킬만한 작은 틈을 만드는 게 필요해보여요. 혼자 할 수 있는 작은 회복 루틴 같은 걸 만들어보는 것도 추천합니다. 따뜻한 음료 한 잔, 짧은 산책, 바깥 바람 쐬기, 음악 듣기 같은 아주 소소한 것들 말이예요. 긴장된 근육에는 이완이 필요하듯이, 가끔은 힘을 빼고 유연성을 발휘하는 기술도 있듯이, 지금의 설레임 님에게도 잠깐은 힘을 빼고 이완할 수 있는 정신적 버팀목이 필요한 건 아닐까요?

흔히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사실 살다 보면 가끔 노력이 우리를 배신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도 노력하기를 아주 가끔은 배신합시다. 한계가 왔을 때 두 세 번만 참고 그 다음엔 숨을 돌립시다. 다음의 노력을 위해서 말이죠.
지금의 육제적, 정신적 흔들림은 약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만큼 치열하게 노력해온 사람에게 찾아오는 자연스러운 피로입니다. 우리 설레임 님은 이미 충분히 잘하고 있습니다. 그건 의심의 여지가 없어요. 훈련을 하다 보면 지금처럼 지치고 피로한 때가 올 때에, 어떻게 이겨나가면 좋을지 방법을 배워나가는 게 필요한 단계에 온 것 같기도 합니다. 선배들도 그런 시기를 거쳤을 거예요.
여기에 이렇게 고민을 남겨주시는 것부터도 아주 잘 하고 계신거예요. 혼자서만 버티지 않고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중요하니까요.

언제든 또 필요할 때 찾아와주세요. 늘 응원하고 있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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