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인관계

자꾸만 제가 더 아까운 것 같고 남자친구가 가끔은 한심해 보여요

솜사탕0202

2025.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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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올해 만 19살이고, 남자친구는 26살이에요. 성인이 되고 난 뒤 서로를 알게 되었고, 먼저 친구로 지내다가 자연스럽게 연인이 되었습니다.
저희는 둘 다 외국에 살지만 같은 나라는 아니고, 서로 6시간 정도 떨어진 장거리 연애 중이에요.

저는 전공을 한 번 바꿔 올해부터 AI를 공부하고 있고, 남자친구는 영문학을 3년 하며 시간을 허비하다 코로나 시기에 그만두고 한국으로 돌아가 군대에 다녀왔어요. 이후 IT를 준비하다가 본인과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 미술을 준비했고, 현재는 독일에서 미대를 2년째 다니고 있습니다. 서로 졸업까지는 모두 약 3년 정도 남았어요.

연애를 하면서 특별히 불만은 없고, 지금까지 너무 사랑스럽고 행복했어요. 그런데 가끔은 ‘내가 첫 연애라서 너무 눈이 멀어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남자친구가 26살임에도 아직 미대 2학년이라는 점, 또 제가 실습과 공부에 몰두하는 동안 남자친구는 구라 안치고 초딩들 도장을 찍는 듯한 작업물을 보여줄 때면 ‘내가 과연 이 관계를 제대로 바라보고 있는 걸까?’ 싶기도 합니다.

저는 모든 일이 가치 있고, 각자의 열정을 존중하지만… 가끔은 비교가 되는 걸 어쩔 수 없어요.
우리는 200일이 넘었지만, 저는 연애를 “그냥 재미로 하는 것”으로 생각하지 않아요. 아직 결혼할 나이는 아니지만, 저는 모든 연애가 소중하다고 생각하고, 목표 없이 시간을 소비하는 관계는 바라지 않아요.
그렇다 보니 ‘내가 혹시 너무 아까운 건가?’, ‘첫 연애라 내가 모르는 게 많은 건가?’, ‘확신도 없는 관계에 내 10대를 모두 바치는 건 아닐까?’ 이런 고민이 들어요.

그럼에도 제가 이 관계를 이어가고 싶은 이유는, 남자친구가 정말 사랑스럽고, 마음씨가 따뜻하며 단점을 덮을 만큼 좋은 사람이라는 점 때문이에요. 하지만 현실적으로 보면 결혼은 사랑만으로 되는 게 아니라는 걸 주변의 어른들을 보며 느끼고 있고, 저는 특히 현실적이고 이성적인 성향이라 더 고민이 깊어져요.

얼마 전 남자친구에게 “나는 연인이 하는 일에 자부심을 느끼는 게 중요한데, 솔직히 당신의 작업에서는 그런 감정을 느끼기 어렵다”고 털어놓은 적 있어요. 그런데 남자친구는 제가 그의 예술에 더 관심을 가지고 좋아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어요.
하지만 저는 현대미술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고, 오히려 사귀기 전에는 솔직히 말해 현대미술을 좀 무시하는 감정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받아들이기가 쉽지가 않아요.

제가 한국어가 익숙하지 않아서 챗지피 도움 좀 빌렸어요..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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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 답변

* 마음하나의 전문 상담사가 답변하고 있어요.

안녕하세요 솜사탕 님,
마음 속 고민을 나눠주어서 고맙습니다.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는 건, 멈춰서 생각해볼 신호를 알아차렸다는 것이죠.

장거리나 서로 다른 진로 때문에 미래가 불안하게 느껴지는 건 충분히 이해됩니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계에서 정말 중요한 건 상대의 직업적 전망이나 멋있어 보이는 비전이 보다도, 현실 속에서 부딪히는 문제들을 함께 풀어나갈 수 있는 문제해결능력이라는 점, 알고 계셨나요? 서로의 감정을 조율하고, 갈등을 대화로 해결하고, 책임 있게 행동하는 힘이 있어야 관계가 오래갈 수 있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남자친구분이 마음씨도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사람이지만, 좋아하는 감정과 ‘함께 살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현실적인 기준은 별개의 문제이기도 해요. 그런데 여기서 솜사탕 님이 한번 고민해볼 지점이 있어요. 남자친구의 진로가 불안정해 보이거나 그의 작업에서 자부심을 느끼기 어렵다는 느낌이 드는 건 “내가 너무 이 관계에 올인하는 건 아닐까”를 점검해보는 자연스러운 신호일 수 있다는 점이예요.

그리고 솜사탕 님이 남자친구로부터 안정감을 느끼려면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 다시 찬찬히 생각하고 정리하는 것도 필요해 보여요. 글에서 스스로를 “현실적인 사람”이라고 이야기 하셨지만, 동시에 남자친구의 따뜻하고 다정한 모습에 끌렸다면 솜사탕 님이 관계에서 정서적 안정감 또한 중요하게 본다는 의미일 수도 있어요.

그래서 지금 솜사탕 님에게는 남자친구가 어떤 직업을 갖게 될지, 얼마나 ‘전망’이 있을지보다, 내가 연인의 어떤 모습에서 안정감을 느끼는지 먼저 정리하는 것이 필요해 보여요. 정리된 기준이 있다면, 그 기준을 남자친구에게 강요할 수는 없어요. 마치 남자친구가 글쓴님에게 예술적 관심을 키우라고 요구하는 것과 다르지 않을테니까요. 관계는 서로의 세계를 존중하되, 억지로 바꾸려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이해하려는 정도면 충분하거든요.
연애에서 관계를 쌓아간다는 건 상대가 나에게 맞춰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우리의 속도와 방향이 비슷한가?”를 확인하는 과정이에요. 서로의 가치관과 생활 방식이 어떻게 맞물리는지를 확인하고, 서로가 어떤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해가는 사람인지, 그리고 그 방향이 맞는지를 차분히 살펴보는 게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1. 내가 연인에게 원하는 미래의 모습과 안정감이 무엇인지 스스로 먼저 정리하고,
2. 그 기준을 바탕으로 남자친구와 솔직한 대화를 조금씩 이어가는 거예요.

당장 결론을 내릴 필요는 없어요.
다만 내 마음이 불편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는 것을 무시하지 말고, 그 감정을 차근차근 들여다보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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