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

고등학교 2학년 여학생

왕벌

2026.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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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는 고등학교 2학년 여자 입니다.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올라올때쯤에 어머니가 암에 걸리셨습니다. 분명한 치료 대신 삼촌에 말에 이끌려 식이요법과 맨발걸이를 집에서 하시다가 이번년도 1월달에 암이 많이 재발되어 요양병원으로 가셨고, 아버지는 직업특성상 집에 거의 들어오시지 않습니다.

어머니가 당시 암에 걸리기 전에는, 제가 사교육을 받지 않은채로 고등학교에 올라가니 불안도 심했고 잠도 거의 못자는 상태에 어머니도 덩달아 많이 걱정을 하셨습니다. 분명한 꿈이 있었고 학업 역량이 중요했기에 예민함도 있었지만, 주변인들에게 티를 내지 않으려고 많이 노력했는데요, 막상 어머니가 암 진단을 받고 나니 아버지나 다른 친척들도 저 때문에 어머니가 병에 걸리신게 아니냐며 은근한 압박도 많이 느꼈습니다.

당시에 고등학교에 올라오니, 일반고 중에서도 잘하는 애들이 많아서 선행없이 올라온 저는 중학교 때랑은 완전히 다른 점수를 받고 많이 좌절했었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으로 올라가는 겨울방학 때는 최선을 다해 공부했고 첫 중간고사를 보는 시즌인데요,

시험을 보고있는 와중이라 그런건지 어머니 생각이 많이 납니다. 돌아오면 형제 자매도 없어서 집도 텅텅 비어있고 사람 하나 없는게 너무 외롭고, 평소엔 밤 10시에 한번씩 전화를 걸었습니다. 요즘따라 전화를 걸면 은근히 귀찮아 하시는것도 보이는 데다가 어머니 초기 병에 대한 죄책감도 들어서 최대한 전화는 자제하려고 하는데도 어머니가 너무 보고싶어서 자꾸 걸게됩니다.

시험이라도 잘보고 생각하면서 마음을 다잡아도 겨울방학때 잠 줄여가면서 공부한게 아무 소용없는 점수로 나올까봐 너무 무서운 마음도 듭니다. 주변 어른은 수학선생님인데, 제가 열심히 노력한건 알겠지만 결과로 나오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면서 저는 정말 아무리 노력해도 안되는 사람이나를 계속 생각하고 떠오르게 됩니다.


전부터 우울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곤 했는데, 그게 욕심이 생겨 잠시 잊다가 시험 끝났을때가 되니 다시 우울해진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지금은 괜찮지만, 전에는 혼자 가만히 있어도 눈물이 나고, 별일 아닌데도 눈물부터 흘렸는데 요즘은 그래도 많이 괜찮아진 것 같습니다.


어떻게 생각하고 마음을 다잡아야 다시 낙담해도 일어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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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 답변

* 마음하나의 전문 상담사가 답변하고 있어요.

안녕하세요. 왕벌님, 우선 이런 마음의 고민을 여기에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왕벌님, 글을 읽으면서 한 가지가 분명하게 느껴졌습니다. 지금 왕벌님은 또래보다 훨씬 많은 상황을 혼자서 감당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어머니의 병,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의 외로움, 학업에 대한 부담, 그리고 스스로를 향한 책임감까지 한꺼번에 겹쳐 있으니 힘들지 않은 게 더 이상할 정도입니다.

먼저 꼭 말씀드리고 싶은 건, 어머니의 병이 왕벌님 때문이라는 생각은 사실이 아닙니다.
주변에서 그런 말을 했더라도 그건 근거 없는 이야기이고, 지금 느끼는 죄책감은 상황이 너무 힘들어서 생긴 감정일 가능성이 큽니다.
이 부분만큼은 스스로를 계속 설득해주셨으면 합니다.

지금 왕벌님이 겪고 있는 힘듦은 단순히 공부가 어려운 문제가 아니라, 상실감과 외로움, 성적에 대한 압박, 그리고 죄책감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래서 공부를 하다가도 어머니 생각이 나고, 집중이 흐트러지고, 불안해지는 것은 의지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매우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겨울방학 동안 잠을 줄여가며 공부를 했다는 것 자체가 이미 큰 노력입니다.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소용없다”는 말이 마음에 남아 있는 것 같지만, 지금의 왕벌님은 일반적인 조건에서 공부하는 학생과 같은 기준으로 자신을 평가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건 더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조금 덜 몰아붙이는 방향입니다.
결과로 나를 증명해야 한다는 생각보다,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했는지에 기준을 두는 것이 훨씬 중요합니다.

또 어머니가 보고 싶어서 전화를 걸고 싶은 마음은 줄여야 할 감정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그리움입니다.
억지로 참기보다 “오늘은 엄마가 많이 보고 싶은 날이구나” 하고 인정해주는 것이 오히려 마음을 덜 힘들게 합니다.

다시 힘들어졌을 때 일어나는 힘을 만들기 위해서는 완벽하게 버티려 하기보다, 하루 한 번이라도 감정을 털어놓을 시간을 만들고, 혼자 있는 시간을 너무 길게 끌지 않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이런 작은 균형들이 무너지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왕벌님은 지금 약한 사람이 아니라, 너무 힘든 상황에서도 무너지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는 사람입니다.
넘어지지 않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도 충분히 잘해오셨고, 이 시간은 분명 왕벌님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줄 수 있을 것입니다.

왕벌님의 학업과 어머님의 쾌유와 건강한 삶을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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