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가족 일정으로 잠도 부족하고 많이 피곤한 상태였는데, 친구 한 명이 힘든 일이 있었다며 만나고 싶어 해서 친구들과의 일정이 바뀌었어요. 사실 저는 그때 너무 피곤해서 그냥 자고 다음 날 만나고 싶었어요. 그런데 그 친구가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도 알겠고, 다른 친구들이 함께 있고 싶어 하는 마음도 알고 있었고, 제가 없으면 조금 어색해질 관계도 있었어요. 무엇보다 저로 인해 연결된 사람들이라는 생각도 있었고요.
그래서 ‘내가 피곤한 것 조금만 참으면 모두가 만족스럽잖아’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계속 들여다보니 저는 다른 사람의 욕구는 ‘지금 필요한 것’으로 생각하면서, 제 욕구는 ‘나중에 내가 해주면 되는 것’으로 너무 쉽게 미룬다는 걸 알게 됐어요.
“나는 참을 수 있으니까.”
“나는 나중에 하면 되니까.”
“내가 조금만 양보하면 모두가 만족하니까.”
이런 생각이 저에게 너무 자연스러운 것 같아요.
더 생각해보니 저는 오래전부터 관계에서 여러 의견을 조율해야 할 때 ‘나까지 협상 테이블에 들어가면 의견이 하나 더 늘어나니까 나는 빼자’는 방식을 써온 것 같아요. 그러면 상황이 단순해지고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도 줄어드니까요.
저는 관계란 서로 조금씩 양보하면서 가능한 한 함께 만족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실제로 저도 다른 사람의 양보와 배려를 받고 있어요. 그런데 이상하게 제가 먼저 제 욕구를 말해서, 그 결과 상대가 저를 위해 양보하게 되는 상황에서는 굉장히 미안해져요.
‘그냥 내가 할걸 그랬나.’
‘내 것만 챙기는 것 아닌가.’
하는 마음이 금방 들어요.
그리고 그 밑에는 ‘내 것만 챙기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이 함께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될 수 없다’는 두려움이 있는 것 같아요. 저는 배려하고 이해하는 ‘좋은 사람’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저와 함께하고 싶어 한다고 생각해온 부분도 있었던 것 같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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